Intro
아샬님이 입사하신 지 1주 정도 지났을 겁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제 자리에 오시더니
아샬: 현우님, 파이콘 나가세요.
나: ??? 그게 뭐..죠..?
아샬: (검색 결과를 보여주며) 이런 파이썬 컨퍼런스가 있습니다. 나가보시죠.
나: 아.. 그런데 제가 파이썬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고 해서.. 제가 발표할 실력이 될 지 모르겠네요.. ㅎㅎ
아샬: 어우 아니에요~ 그런 거 상관없어요. 고등학생도 나와서 발표하고 그래요. 자, 보세요!
나: 아..하 그렇군요..! 그럼, 한번 지원해 보겠습니다.
대학생 시절에도 발표 울렁증이 있었던 걸 알기에 완곡히 거절하려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지원해도 선정이 되겠어? 라는 생각과 함께 제안서를 써서 제출했습니다.
근데 선정이 됐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왜 선정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정된 이상 발표를 준비해야 합니다.
어떤 주제를 선정할까부터 고민했습니다.
회사에서 제품의 알고리즘 앱의 속도 개선을 위해 병렬처리를 해본 경험을 기반으로 '파이썬에서의 병렬처리'라는 주제로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과거의 파이콘 발표 자료들도 찾아보고,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며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회사 분들을 대상으로 발표 연습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느낀 점
제게 있어 파이콘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발표를 많이 해본 경험도 없고, 정말 많은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발표 경험은 아예 없었으며, 파이썬을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뤄본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쉽고 재밌게 설명해 봤습니다.
“사실은 제가 지구를 지키는 비밀 요원입니다.”가 제 발표 시작 멘트였죠. 민속놀이인 스타크래프트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회사 분들 앞에서 연습할 당시에 반응은 괜찮았던 것 같은데, 청중분들 반응은 떨려서 제대로 보진 못했네요.
중간중간 말을 더듬기도 했고 연습했던 때보다 시간도 모자라서 QnA 시간도 갖지 못했지만, 어찌어찌 발표는 잘 끝냈던 것 같습니다.
발표 후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제 발표 제목과 내용이었습니다.
'파이썬에서의 병렬처리'라는 제목이라면, 발표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은 병렬처리와 관련된 개념 설명부터 시작해서 그와 관련된 깊은 내용, 실제 구현하는 과정 등의 내용을 듣기를 기대하고 오셨을 것 같았습니다.
제 발표는 그런 내용보다는, 알고리즘 앱의 속도 개선을 위한 경험이라는 제목이 어울릴 법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알고리즘 앱의 구조 설명, 문제점 설명 및 이를 위한 해결 방법으로 병렬처리를 활용했으며, 실제로 활용하는 방법 등을 설명했죠.
물론 좋았던 점도 있습니다.
실력자분들의 발표 세션을 들으면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마치 처음 해외여행 나와서 느낀 기분 같았습니다.
저보다 훌륭하신 개발자분들이 많음을 실제 피부로 느끼게 되어서인지 더 열심히 공부하고 성장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됐습니다.
내년 파이콘을 나가게 된다면 더 잘 준비해서 질의응답 시간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나가게 될 경우라면 말이죠!)
Outro
나: 아샬님, 그런데 왜 하필 저보고 파이콘 나가보라고 하셨던 건가요?
아샬: 그냥요! 아무 이유 없습니다!
제게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신 아샬님께 감사드립니다!